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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허블 본문

▣ 성장 후

에릭 허블

이그드라실 2023. 1. 9. 20:00

“일어나, 곤.”



외관 :

 

#1

 

이른 점심, 교대로 식사를 해결하고 업무로 돌아가는 시간. 열린 창에 기대어 한 청년이 책을 뒤지고 있었다. 색 바래 누렇게 뜬 종이나, 곧 떨어져 나갈 듯 너덜거리는 페이지를 테이프로 겨우 이어 붙인 거나. 저물어가는 이그드라실만큼 초라한 모양이었다.

 

“일어나, 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은 식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 . .]

[현재 보유 중인 식량의 잔여량 계산 결과. . .]

 

사흘 전보다 계산이 빨라졌다. 에릭은 한숨을 쉬며 이마에 난 흉터를 매만졌다. 여러 번에 걸친 외부 습격은 이그드라실에 늘 작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언제나 재난은 열 손가락 사이로 터져 나왔다. 가장 최악인 건, 그 모든 일이 없었대도 우리는 언젠가 지금같은 현실을 맞이 했을 거란 사실이었다.

 

#2

 

기장이 무릎까지 오는 낡은 외투, 단촐한 셔츠, 발목이 드러나는 검은 면바지, 밑창이 너덜거리는 운동화. 성인이 되고 나서 물려 받았던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전히 매섭게 치뜬 눈과 주근깨, 이끼같은 녹빛 눈동자, 검은 머리. 어릴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머리를 길게 길러 묶는 버릇이 생겼다는 점이다. 한때는 산적처럼 수염과 머리털을 기를 수 있는 한계까지 길렀었는데… 위생과 불편함의 이유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왼팔에 간소화된 16 방위표와 센티미터, 밀리미터, 인치 눈금 타투가 있다. 도구 분실 및 여러 상황에서의 방비를 위해 새겼다지만 사실은 충동적인 이유가 더 컸다. - 역량에 확신이 없던 때였다.- 낙후된 환경에서 생바늘로 새긴 타투지만 타투이스트가 재량껏 잘 관리해준 덕에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름 : 에릭 허블 / Eric Hubble / Eric Hubble

 

나이 : 26

 

성별 : 남성

 

키/몸무게 : 185cm, 살짝 마름


성격 :

[녀석 철 들었네 / 사과 나무는 마른 뿌리를 내리고 / 미결의 영역]



되는대로 내뱉고 세상만물에 굽힘 없었던 사춘기 이후 에릭은 눈에 띄게 철이 들었다. 빈정대는 일도 줄고, 상대를 띄워주는 빈말도 배우고 (이건 스승의 역할이 컸다.), 감정을 무디게 쓰는 법과 침묵의 미덕까지. 또한 나름의 존중법도 배웠다.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발화자 자체엔 자신과 동일한, 혹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을 것. 사람에게 우열이 없음을 인지할 것. 귀납적 추론에 늘 예외를 둘 것.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꿈꾸고 열망하는 일과 삶에 스민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전히 우리는 소가치를 누리고 안온함과 따뜻함을 심줄 삼아 살아갈 수 있는지.

에릭은 수많은 사람을 등호 너머에 둔 뒤에야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와 앎은 조금 다른 개념이며 에릭의 자세는 앎에 가깝다. 

이것이 이해로 변할지, 혹은 알지 못한 채로 남을진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 사랑을 증명하기도 한다.

곪은 손으로 흙을 다듬고,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제 우산을 빌려 빗물을 가린 

선인들의 수고가 덧날 일은 결코 없을 거란 소리다.


기타 :

 

[이변]

 

승선 첫날 밤 에릭은 익숙한 위성들의 행렬 사이로 새로운 점을 찾았다. 메일에 답이 없더라도, 부모가 쏘아 올린 위성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에릭은 큰 걱정 없이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다음 해에 이변이 생겼다. 예정대로라면 하나 더 추가 되었어야 할 위성의 개수가 작년과 비견해 변함이 없었다. 그 뒤 며칠, 몇 주, 이듬해. 몇 년에 걸쳐 매일. 

 

에릭은 250km 위의 하늘을 밤새 올려다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묵언은 곧 죽음이었으니 기대할 여지도 없었다. 매순간 생존을 논해야했고, 배울 것도 많았던 시기라 슬픔은 시간에 녹아 천천히 무뎌졌다. 그렇게 자신이 무엇에 이렇게 오래 슬퍼하는지, 몇 년 동안 고철을 덧대 만든 통신 위성을 왜 띄우지 못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채 어른이 되었다. 

 

[in 이그드라실]

 

이그드라실의 시스템 관리 담당자 중 하나다. 이면지에 공식을 손으로 쓰고, 지우고, 고치고, 그리고 다시 터진 곳을 보수하고… 진전이라곤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하고 있다.

 

1-1. 나름 공학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래봐야 실무엔 깡통. 맨바닥에 이마를 찧어가며 오랜 기간 어떤 연구원의 밑에서 엔지니어링에 관해 수행을 쌓았다. 배움에 열중해도 모자랄 마당에 쉬지 않고 사건과 사고가 닥쳐 자격에 비해 책임이 막중했던 시간이었다. 스미스 소장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에릭은 이제서야 이 자리의 어른들이 무엇을 견뎌냈는지 온전히 알게 되었다.

 

1-2. 그 외에도 탐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편의에 필요한 설비 설계 및 보수 작업을 하는 등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 다만 직접 기계를 만지는 일에 한해서 손이 많이 느리다. 요령이 없다고 해야하나… 여전히 샌님같은 기질이 있다.

 

늘 일손이 부족한 이그드라실이기에 기초적인 노동 정도는 늘 함께 했다. 다만 그가 하는 요리는 늘 ‘정량’의 맛이 난다며 동료들이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방에선 늘 재료 손질만 도맡았다.

 

일이년 차 즈음에 기초 전투를, 그 이듬해에 기초 전투를 익혔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작업 중이 아니면 늘 권총 한 정을 소지하고 다닌다.



[Ect]

 

7년 차 즈음 눈이 침침해져서 탐사대에 부탁해 안경 하나를 구했다. 당연히 도수는 맞지 않고, 왼쪽 렌즈는 심하게 왜곡되어 쓰곤 걷지도 못하지만 말마따나 없는 것보단 낫다고 한다. 일상에서 잘 안 쓰고 자료 정리나 연구 중 속독이 필요한 경우에만 착용한다.

 

이그드라실 거주 2주 차부터 두통을 달고 살았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큰 소음이나 충격을 받으면 재발하며, 여러 번 검사를 거쳤으나 뇌 기능에는 딱히 문제 없는 심리적인 후유증으로 진단됐다. 약 하나가 아쉬운 시기인만큼 때마다 인내로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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